팬데믹 중 관객을 잃고 어려운 상황을 공감하던 해외 미술관의 큐레이터와의 논의로 시작한 ‘워치 앤 칠’은 디지털 데이터로 존재하며 상대적으로 유동적인 미디어 소장품의 매체적 특성을 활용해 움직임이 제한된 시기를 돌파하는 계기로 삼았다. […] ‘워치 앤 칠’은 플랫폼이 주축이 된 탈중심적 큐레토리얼의 실행과 그것을 보조하는 전시의 달라진 위계,물리적 장소의 현장성이 제공하는 관객의 몰입의 경험과 이후 그것을 자신의 디바이스로 개인된 영역에서 즐기는 온라인 경험으로 이끌어지는 순환성을 추구한 시도였다.
이지회, 기획의 글 「다자간 미술관 협력의 장으로서의 스트리밍 플랫폼」, 21쪽
‘워치 앤 칠’을 공동 기획하는 과정에 큐레이토리얼의 탈중앙화를 목격한 순간은 언제인가? 이 시도는 어떤 질문을 가져다 주었나?
이지회: 언택트 시대에 대안적 전시 방식이란 개념 이상으로 아시아에서 시작해 중동,유럽,호주,오세아니아까지 지리적 협업 관계를 고르게 펼친 것은 ‘워치 앤 칠’이 거둔 유의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만다 오저: 이처럼 실험적인 큐레이팅 방법론을 지키면서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단서는 어쩌면 사고가 유연한 사람들과의 협업,즉 융통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큐레이터 대화 「큐레토리얼의 탈중앙화: 디지털 미디어와 동시적 공간들」, 25쪽
이지회: 두려움을 일으키는 기제로서의 서스펜스 말고도 무언가를 걸다,매단다는 뜻의 서스펜드(suspend), 나아가 영화계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불신의 유에’(suspension of disbelief), 그로 인해 발생한 사이 공간 점유 문제 등을 같이 이야기해 보자. 먼저 작가의 작품 설명과 문화연구자의 연구 주제에 대해 들어보겠다.
정은영: 여성들만이 무대에 오르는 여성국극은 거의 최초로 여성 공동체가 문화적,경제적 성공을 이룬 것이고 […] 나는 이 역사를 추적하고 분석하는 연구로부터 거두어들인 배움을 통해 현재 우리의 삶을 더 잘 살아내는,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걸음을 고민해 보고자 했다. 그러나 부활 가능성이 없다시피 한 역사로부터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당연히 희망적이지 않았다. […] 나는 이 자리에서 퀴어에게 닥친 이러한 부정성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
리오 샴리즈: 이번 전시에는 2점을 소개했는데 이들은 서로 아주 다른 양상을 띤다. 하나는 작품 전체에 학술적 내레이션이 있고,하나는 허구적이고 연출적이다. 그러나 두 작품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있다. 사회가 젠더와 민족 범주를 보는 방식에 대해,나아가 그 안에서 우리 자아를 찾는 방식에 관해서다.
작가 대화 「퀴어와 선주민이 미래를 만들어 갈 때」, 193-195쪽
서스펜스를 탐구하는 그림에는 언제나 죽은 형식에 도착하게 될 위험과 함께 논쟁적이고 때로는 실재와 괴리된 해석으로 이끌릴 위험을 내포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해는 위험을 감수하는 한에서 가능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서스펜스에 대한 탐구는 다시 박동하는 긴장과 함께 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영대, 나만 아는 이야기 「도시의 그림 그리기 혹은 서스펜스의 게임」, 212쪽
과학은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공포를 잠재우는 데 특효약이다(물론 공포가 과학을 집어 삼킬만큼 무섭게 커지는 경우도 있지만). 아,과학. 그 말만으로도 얼마나 안심 이 되는가! 지금의 시공간 저변에 서스펜스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아가기에 이만한 진정제는 없다.
김정혜, 나만 아는 이야기 「파라노멀의 도시」, 218쪽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은 생각을 강제하는 예술적 기호들이 발산되고, 서로 부딪히며 떠다니는 혼돈스러운 공간의 이름이다. 우리는 거기서 미래의 희번덕거리는 눈동자들과, 미래가 보낸 충격파들과, 미래의 악마적 힘들의 여러 변형체들, 변이체들과 마주친다.
김홍중, 나만 아는 이야기 「내가 미래를 보는 눈으로 미래는 나를 바라본다」, 226쪽
이치에 닿지 않는 문구가 《워치 앤 칠》 웹사이트에 계속 떠서,사이트의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클릭으로 쉽게 닫고 벗어날 수 있는 팝업이지만,그 존재 자체로 관객에게 지금 시뮬레이션을 보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거리효과를 빚어낸다. […] 사소하고 작아 보이지만 온라인으로 작품과 대면하는 과정의 핵심 요소로,전시실의 건축적 요소와도 조금은 비슷하다.
올리비아 고, 나만 아는 이야기 「예전의 미래 - 2023년 워치 앤 칠 3.0 탐색」, 240쪽
이지회: ‘워치 앤 칠’은 미술관이란 물리적 공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에 도전해 보고자 기획된 온ㆍ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전시이다. 이에 구독형 스트리밍 플랫폼이 기획되었는데,사실 그러한 새로운 시도만큼이나 중요했던 게 전시실 내에 스트리밍 환경을 어떤 방식으로 구축하느냐였다.
최장원: 《우리 집에서,워치 앤 칠》에서 선보인 〈사물공간〉(2021) 작업을 설명 드리겠다. […] 우리 모두는 팬데믹을 관통하는 중이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서 일시 정지된 상태였다. 그러므로 집,더불어 전시 공간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기 알맞았다.
전진홍: 《감각의 공간,워치 앤 칠 2.0》 전시 공간 디자인의 키워드는 공기였다. 미디어 작업은 본디 데이터에서 탄생하는 것이기에 현실 세계에서 그와 굉장히 유사한 비가시적 속성을 지닌 공기에 집중한 것이다. 마침 공기는 바래가 지속해 연구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했다.
건축가 대화 「무빙이미지를 위한 건축적 시나리오」, 277쪽
국립현대미술관
1969년 경복궁에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후 1973년 덕수궁 석조전 동관으로 이전하였다가 1986년 현재의 과천 부지에 국제적 규모의 시설과 야외조각장을 겸비한 미술관을 완공, 개관함으로써 한국 미술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1998년에는 서울 도심에 위치한 덕수궁 석조전 서관을 국립현대미술관의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으로 개관하여 근대미술관으로서 특화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2013년 11월 과거 국군기무사령부가 있었던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전시실을 비롯한 프로젝트갤러리, 영화관, 다목적홀 등 복합적인 시설을 갖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을 건립ㆍ개관함으로써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의 문화적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또한 2018년에는 충청북도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을 재건축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를 개관하여 중부권 미술문화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지회─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영대─비평가
김정혜─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연구교수
김홍중─서울대학교 교수
사만다 오저─토노페스티벌 큐레이터
아미타 키르팔라니─빅토리아 국립미술관 큐레이터
올리비아 고─작가
트레버 스미스─피바디에섹스미술관 큐레이터
티모시 무어─빅토리아 국립미술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