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근의 기록』은 단색화의 거장인 故 윤형근 화백(1928-2007)이 197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에 이르는 시간 속에서 포착한 삶의 기록물을 엮은 첫 단행본이다. 메모첩, 원고지, 서신 등에 남겨진 윤 화백의 소박한 생각과 감정은 원문을 최대한 존중하여 편집되었다. 따라서 이 책에는 다른 누군가의 시각이나 기억을 통해 전해지는 윤 화백의 모습이 아닌, 그의 육성이 직접적으로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미공개 화첩에서 엄선된 드로잉과 구수한 필체가 돋보이는 메모첩 이미지는 청다색 회화 연작 이면에 자리한 윤 화백의 세계관을 더욱 세심하게 살펴 볼 수 있게 한다.
언제나 가족을 사랑하는 자상한 가장, 예술에 대한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는 화가, 순간의 편리함이나 불의에 굴하지 않고 의로움을 좇는 서민. 다양한 삶의 역할 속에서도 늘 진실됨을 추구했던 윤 화백의 고매한 인품은 담백 하지만 기백 있는 문장과 최소한의 재료를 푹 휘둘러 그린 드로잉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책 속의 텍스트와 이미지가 병치되며 자아내는 조화는 삶과 예술 행위를 일치시키고자 했던 한 절실한 인간의 기록으로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이 “윤형근의 기록”을 접하는 우리는 윤 화백에 대한 깊은 그리움과 존경심에 젖어 든다.
『윤형근의 기록』에는 PKM 갤러리가 2년 여간 윤형근의 서교동 작업실에서 수집하고 판독해 온 글 300여 점,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윤범모와 조각가 최종태의 글이 수록되어 있고, 특별 제작된 윤 화백 드로잉 이미지 책갈피가 포함되어 있다.
윤 형근
故 윤형근 화백(충북 청주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학사 졸업)은 1970년대부터 주로 다색Umber과 청색Blue을 사용한 연작을 선보이며 20세기 후반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해왔다. 한지, 마포, 혹은 면 캔버스 위로 스며든 굵은 획은 뛰어난 직관을 통해 표현된 형상에 담기며 청다색Umber-Blue 안료의 물성을 강하게 노출시킨다. 특히 자연스럽고도 우연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물감의 번짐은 수묵화의 기법과 비견되어 사색과 명상을 추구하는 동양적 감수성을 오롯이 드러낸다. 동서를 넘어선 고유의 현대성을 정립한 윤 화백은 생전 상파울루 비엔날레1969, 1975, 베니스 비엔날레1995, 광주 비엔날레2000 등 영향력 있는 국제 행사 및 전시에 다수 초청되었으며, 단색화 작가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하였다2018. 특히 본 전시는 이듬해 포투니 미술관으로 순회하여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내 반드시 관람해야하는 장외 전시 중 하나로 극찬 받았다. 윤 화백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런던 테이트 모던, 마파 치나티파운데이션,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도쿄도미술관 등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윤형근의 기록』을 발간하며 - 박경미
아버지 윤형근을 기억하며 - 윤성열
시대의 아픔을 그림에 담고: 윤형근을 추억하며 - 최종태
윤형근의 기록
윤형근 일기와 절규를 삭힌 천지문 - 윤범모
인명 사전
작품 목록